“골프장과 대규모 자연습지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사실 질문 자체가 말이 안 됩니다. 골프장과 자연습지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지요. 갈수록 사라지는 습지와 환경파괴 주범인 골프장이 어떻게 비교대상이 될 수 있습니까! 더군다나 한국은 람사르총회를 유치한 국가가 아닙니까! 그럼에도 이 두 가지 중 하나의 선택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그것도 인적이 드물어 자연습지가 비교적 많은 시골이 아닌 대한민국 최고의 인구밀도를 자랑하고, 자연생태가 원형 그대로 잘 보전된 지역을 찾아보기 어려운 서울에서 말입니다.
한국공항공사(이하 공항공사)는 김포공항 인근 개발제한구역의 자연습지를 매립해 서울시 최초의 골프장을 건설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이유는 조류충돌 사고가 심각하게 우려되며, 해당지역 자체가 훼손지역이고, 보전가치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럴 바에 골프장을 건설해서 운영해 수익사업을 하겠다는 것이지요.
개발제한구역 내 골프장 건설 자체는 법적으로 가능한 일입니다. 그것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해당 개발제한구역이 훼손되었거나 보전 가치가 낮을 때 관련 절차에 따라 건설이 가능하기 때문에 환경정의가 반대하는 것이지요. 공항공사가 골프장을 건설하려는 개발제한구역은 훼손되었거나 보전 가치가 낮은 지역이 아니라 서울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대규모 자연습지이며 생태적으로 보전 가치가 상당히 높은 곳입니다.
공항공사의 자기모순
공항공사는 골프장 건설을 위해 지난 2005년 자체적으로 사전환경성검토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2011년에는 중앙도시계획위원회에 개발제한구역관리계획 변경을 신청해 최종적으로 국토해양부로부터 변경승인을 받아냈습니다. 하지만 이 두 번의 과정에서 나타난 과정상의 오류는 물론이거니와 공항공사가 각각 발표하고 제출한 결과 자체가 서로 상반되는 내용입니다. 다시 말하면 자신들의 논리를 억지로 뒷받침하게 하려고 자기모순에 빠진 것입니다.
2005년 공항공사가 진행한 사전환경성검토는 단 이틀(2005년9월12일~13일) 동안 초스피드로 진행된 날림 중에 날림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이틀이라는 시간은 올바른 조사가 불가능한 기간이지요. 계절마다 출현하는 동·식물도 다를 것인데 어찌 이틀 만에 끝내버렸는지 모르겠습니다. 통상적으로 우리나라의 동·식물 조사는 4계절을 원칙으로 합니다. 특히 야생조류는 여름철새와 겨울철새 조사가 필수적이며, 더군다나 김포공항 일대는 겨울철새 이동 통로로 겨울철새 조사가 꼭 필요한 지역입니다. 또한 생태계 건강성의 바로미터인 맹꽁이 같은 양서류는 산란기인 3~5월 조사가 기본이고, 장마철 조사도 결코 빼 놓을 수 없는 부분입니다. 이 외에도 공간 설정에 대한 부분 등 오류는 곳곳에 산재합니다. 아무튼 공항공사는 단 이틀간의 사전환경성검토로 골프장 대상지는 보호종으로 분류된 동·식물이 없는 보전가치가 낮은 지역이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2011년 중앙도시계획위원회에 관리계획 변경을 신청하며 공항공사가 제출한 자료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공항공사 내부자료
제일 첫 번째 명기된 기러기는 종명부터가 잘못된 표현입니다. ‘기러기류’라고 명기해야 옳습니다. 아무튼 공항공사의 자료에 기초하면 1년 동안 포획·퇴치된 기러기류 개체수가 총 161,330입니다. 이는 한강유역권에 1년 동안 도래하는 총 기러기류 개체수보다도 많은 숫자입니다. 황조롱이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도권전역에 서식하는 황조롱이 전체 개체수보다 많은 2,011개체를 포획·퇴치했다는 것입니다. 황조롱이는 천연기념물 323호로 포획 시 법적 검토가 필요하니 이 부분도 따져보아야 합니다. 천연기념물 1개체를 무단 포획하거나 해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만약 공항공사가 제출한 자료가 모두 사실이라면 환경부 등이 나서 전면적인 실사를 진행하고, 자연생태보호구역으로 지정해야 합니다. 더불어 김포공항의 이전 등 특단의 조치도 고려해야할 판입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공항공사의 2005년 사전환경성 검토는 보전가치가 없다는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한 억지이고, 2011년 자체 조사 자료는 조류 충동 위험을 부풀리기 위한 억측입니다.
그래서 직접 나가서 하루 동안 조사했습니다. 현장조사는 지난 8월24일 서울시립대학교 환경생태연구실의 도움을 받아 오전8시부터 오후1시까지 총 25명 정도의 인원이 진행했습니다. 8월의 특성으로 여름철새들이 많았습니다.
하루 동안 34종 738개체가 확인됐습니다. 그 중 법적 보호종만 12종이 발견됐습니다. 2009년부터 비상시적으로 진행된 조사까지 포함하면 천연기념물 및 멸종위기야생조류 17종, 서울시보호야생조류 8종까지 법적보호종은 전부 25종으로 늘어납니다. 물론 조류만을 대상으로 했을 때 이야기입니다.
구분 |
서울시립대 환경생태연구실 |
김포공항습지 공대위/ 이성수 독립자연다큐감독 | ||
2009년 2월 |
2012년 8월 |
2009년 6월 ~ 2012년 8월 | ||
천연기념물 |
10종 |
재두루미,황조롱이 |
새매,황조롱이,뜸부기 |
황새,재두루미,독수리,새매,칡부엉이,잿빛재두루미,쇠부엉이,원앙 |
멸종위기야생동물 |
12종 |
재두루미,큰기러기 |
새매,새홀리기,뜸부기 |
황새,독수리,잿빛개구리매,조롱이,큰말똥가리,새홀리기,큰기러기,재두루미,털발말똥가리,벌매 |
서울시보호종 |
8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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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물총새,개개비,박새,꾀꼬리,오색딱따구리,청딱다구리,흰눈썹황금새 |
물총새,개개비,박새,꾀꼬리,오색딱다구리,청딱다구리,제비 |
법적보호종 |
30종 (25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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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적보호종 25종
* 천연기념물 10종, 멸종위기야생동물 12종, 서울시보호종 8종 총30종
* 재두루미, 새매, 뜸부기, 황새, 독수리 5종은 중복
* 천연기념물 및 멸종위기야생동물 총17종
자연습지를 지키기 위해 모였습니다.
환경정의를 비롯해 서울환경연합, 생태보전시민모임 등은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녹색교통, 녹색미래, 서울그린트러스트, 서울풀시넷, 여성환경연대 등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을 모아 「한국공항공사 김포공항습지매립반대•골프장사업백지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렸습니다. 각 지자체마다 거액을 들여 인공습지를 만드는 판에 도심의 대규모 자연 습지를 훼손해 골프장을 만들겠다는 건 도통 말이 안 되는 처사입니다.
환경정의는 골프장이라는 괴물로부터 소중한 자연습지를 지켜내기 위해 남은 2012년 동안 백방으로 뛰어 다니겠습니다.
by 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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