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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30년 이상 현장과 책상에서 운송물류를 관찰하고 연구해 온 운송물류학도입니다. 운하가 운송물류와 관련이 깊어 운하가 대선공약으로 설왕설래할 때에 운하의 물류효과를 분석해 보고 물류효과가 없음을 논증하고 운하반대운동에 참여해 왔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나라는 운하를 ‘비전’으로 삼은 대통령이 국민들의 운하반대에 부딛치자 “운하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서 ‘4대강 살리기’라는 위명으로 사실상의 운하를 파고 있습니다. 그래서 4대강 사업은 탈법·파행·억지·무리·졸속·편법으로 강행되고 있습니다. 백년대계를 위해 추진한다는 치수사업에 왜 이런 편법·파행·졸속이 있어야 합니까?


 

대다수의 국민들은 4대강 사업의 숨은 뜻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정부의 무차별적인 홍보선전에도 불구하고 4대강 사업에 대한 반대의견이 6월말에는 66.6%(MBC)였고, 10월초에는 73.5%(경향신문)에 달합니다. 윈지컨설팅사라는 곳에서 행한 여론조사는 반대의견이 84%에 달합니다. 4대강 사업은 효용성이 거의 없는 재앙적 국토파괴와 재정탕진의 사업입니다.


 

치수사업은 이 정권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이전의 정권도 이후의 정권도 한 치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국가 최우선의 사업입니다. 기후변화, 홍수예방, 수질개선, 수량확보, 경기부양 등 모두가 국민의 운하반대정서를 호도하려는 기만적 구호입니다.


 

4대강 사업은 명백한 운하사업입니다. 길이 320km, 폭 200m, 깊이 6m로 강바닥을 준설하고 11m 높이의 보를 막아 강물의 흐름을 막는 공사가 어떻게 강을 살리는 사업입니까? 지록위마의 극치입니다. 운하가 아니면 보를 막아 강을 토막내고 강바닥을 파헤칠 이유가 없습니다.


 

운하는 철도, 도로, 항공기가 없었던 19세기 유물입니다. 그런데도 이 나라 대통령은 운하를 자기만의 비전으로 삼고 국민을 속여가며 권력의 위세로 운하사업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자신의 식견과 판단만이 옳다는 자만과 아집으로 누구의 말도 듣지 않습니다.

 


지금 기존의 보를 허물고 운하를 폐쇄하는 나라는 있어도, 운하를 파는 나라는 전세界에 하나도 없습니다. 더욱이 반도국가의 종단운하는 애초에 말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이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대운하가 필요하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어리석은 자는 이치를 거슬리는 것으로 실패한다”(愚者敗之於逆理)고 했습니다. 4대강 사업은 제2의 세종신도시가 될 것입니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운하가 미래를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대통령은 아직도 ‘불가능은 없다!’라는 초등학교 시절의 금언을 금과옥조로 삼고 있는 것은 아닌지 ..... . 운하는 가능, 불가능의 문제가 아니고 효용성 및 경제성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운하찬성론자들은 흔히 ‘경부고속도로’를 들먹이며 “반대했지만 좋았다”고 말합니다. 고속도로나 고속철도는 미래지향적이지만 운하는 시대를 역행하는 과거퇴행적 운송로입니다. 인력거나 소달구지 시대로 가자는 것과 같습니다. 운하는 결코 未來의 운송로가 아닙니다.


 

“토목 말고 교육/관광/의료/보육 등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만들어라!”라면서 4대강 사업을 반대하시던 총리께서 “세종신도시는 재검토해야 하고, 4대강 사업은 강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 필요하고 경제성이 있는 사업이므로 그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보도에 많은 사람들이 놀라고 실망했습니다. 이대통령의 복심이 그대로 담겨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정총리께서 총리가 된 것에 일말의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야인의 자격으로 문제점을 거론하는 것보다, 직접 업무를 관장하면서 4대강 사업의 탈법과 억지와 무리를 직접 목도하고 앞장서서 바로잡아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4대강 사업이 얼마나 위법·파행·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는지 세심히 점검해보시기 바랍니다. 세종신도시와 함께 4대강 사업을 철저히 점검하셔서 실체를 파악하시고 파사현정(破邪顯正)해 주시기 바랍니다. 행정신도시를 건설하려 할 때에, 저는 “인구분산 효과도 없고 통일후 문제 등 부작용이 더 많은 세종신도시를 추진해서는 안된다.”는 글을 당시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게시판에 올린 바 있습니다.


 

정치인들의 무책임한 공약으로 나라를 어렵게 하는 예가 하나둘이 아닙니다. 청주공항(노태우), 양양공항(김영삼), 예천공항(유학성), 울진공항(김중권), 무안공항(한화갑)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공공사업이 국고를 축내고 있습니다. 권력과 금력이 야합하여 서민들의 등골을 빼먹는 부조리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총리께서 이런 부조리를 바로잡기 위해 총리직에 임한 것으로 이해합니다.


 

4대강 사업은 행정신도시보다 훨씬 문제가 많습니다. 파헤쳐진 강은 돈먹는 불가사리가 될 것입니다. 수심 5∼6m를 유지하려면 매년 수백수천억원을 쏟아부어야 합니다. 다음 정권에서는 준설도 못하고 방치될 것입니다. 황포돛배 몇척을 띄우기 위해 강을 토막내고 수십조원의 혈세를 퍼붓는 나라는 나라가 아닙니다. 그것을 방관하는 국민은 민주시민이 아닙니다.

더불어 지금 추진중인 경인운하도 중단해주실 것을 소청합니다. 경인운하는 전혀 쓸모가 없습니다. 운하는 전후운송(pre & on carriage)을 요해 ‘장거리저가대량화물’에만 경쟁력이 있습니다. 18km 운하에 어느 누구도 배를 투입하지 않습니다. 2조2천억원의 피같은 돈이 허공으로 흩어지고 있습니다.


 

꽉 막힌 권력자의 시대착오적 망상으로 이 나라는 운하광풍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경인운하, 한강운하, 낙동강운하, 영산강운하, 중량천운하, 안양천운하 ..... 산야가 파헤쳐지고 강이 토막나고 있습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지금 이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경인운하는 수익사업입니다. 누구보다 기업이 경제성·효용성을 가장 정확히 판단합니다.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우선 경인운하·한강운하에 배를 투입할 기업을 찾아보고, 있다면 각서를 받은 뒤 사업을 추진할 것을 제안합니다. 수도권 2천만 인구가 북적대는 한강유람선도 적자입니다. 팔려고 내놓아도 원매자가 없습니다.



어렵사리 맡으신 총리직을 잘 수행하셔서 참신한 모습을 보여주실 것으로 기대합니다. 세종신도시와 함께 4대강 사업과 경인운하를 재검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결코 서둘러서는 안되는 백년대계의 사업입니다. 강은 5년 임기 대통령의 사유물이 아닙니다. 강은 두고두고 후대에 물려줄 귀중한 재산입니다. 공명심의 포로가 된 무지막지한 권력자의 환상으로 국토가 훼손되고 재정이 거덜나고 있습니다.


 

찬반의 의견이 분분할 때는 찬성의 소리보다 반대의 소리를 많이 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문제가 무엇인지를 알아 대책을 마련하고 실패를 막을 수 있습니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고 지혜를 모아야 하는데도 이대통령은 오만과 자만이 넘쳐 전혀 듣지를 않습니다. 이대통령은 국내외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결정하겠다고 공언하고 한번도 듣지를 않았습니다.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매도하며 귀를 막고 들으려하지 않습니다. 민주국가의 리더가 취할 태도가 아닙니다.


 

총리께서라도 반대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경청하셔야 합니다. 반대의 논리가 무엇인지 묻고 답하고 함께 고민해야 할 중대한 사안입니다. 한 순간 지나가는 권력자의 신념이나 비전으로 밀어붙일 사업이 결코 아닙니다. 수십조원의 국고가 투입되고 지도가 바뀌는 중대한 사업입니다.


 

저는 4대강 문제로 대통령께 2번의 상소문을 올렸습니다. 대통령이 무명서생의 쓴소리는 묵살하더라도, 총리의 쓴소리에는 귀를 기울일 것입니다. 4대강 사업과 경인운하는 국가대사이며 국민적 관심사이므로, 실체를 파악하신 뒤 대통령께 직언을 해 주시길 기대하면서 이 글을 올립니다. 보필은 대통령의 뜻에 영합하는 것이 아니라 지혜를 모아 나라를 함께 잘 이끄는 것이어야 합니다.


 

저는 이대통령도 나라를 지극히 사랑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마치 사랑에 빠진 사춘기 소녀처럼 운하에 콩깍지가 씌워 막무가내인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나라에 이대통령의 운하병을 치유할 수 있는 분은 총리님뿐입니다. 4대강과 경인운하는 호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셨으니 호랑이를 잡아주셔야 합니다.


 

대통령의 눈치만 살피는 무골총리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온 국민이 주시하고 있습니다. 역사의 평가를 받는 자리에 계십니다. 나라를 중심에 두고 부디 사랑받는 총리가 되시기 바랍니다. 정총리께서는 “부드럽고 겸손하지만 비굴하지 않고, 정직하고 상식선에서 모든 것을 생각하며 결단력이 있는 분”이라는 평가에 부응하셔야 합니다. 대통령 일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위해 경륜을 펼쳐주시기 바랍니다.

** 이 글은 한신대 경상대학 임석민 교수님의 글입니다.

덧글 : 

총리직에 영혼을 팔기로 한 정총리의 언동을 보고 기대난망임에도 눈꼽만큼이라도 남아있을 양심에 호소해보는 소청문을 지난 10월 12일에 올렸었습니다. 총리실에서 참고하겠다는 의례적인 답변은 받았습니다.  가문의 영광을 꿈꾸며 총리에 나선 모양이나, 그는 추한 인물로 기록이 될 것입니다. 어리석은 MB의 비전사업이 시작된다는 뉴스로 속이 몹시도 쓰립니다. 권력이 참으로 더러워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