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운하/활동기사 | Posted by 환경정의 환경정의 공간정의국 2009.02.04 18:55

반대하는 주민은 참석할 수 없는 경인운하 주민설명회


국토해양부는 지난 1월 5일 경인운하 재추진 계획을 발표한 뒤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주운수로 환경영향평가와 인천터미널, 김포터미널에 대한 사전환경성검토보고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오늘 계양구에서 1차 ‘경인운하사업 사전환경성검토 및 환경영향평가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에 경인운하백지화수도권공동대책위원회(이하 수도권공대위)는 절차를 무시하고 졸속으로 추진하는 경인운하 사업에 대한 중단을 촉구하고 주민설명회에 참석하여 정부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고자 설명회 장소인 계양1동 주민센터 앞에 모였다.

12시경 도착한 주민센터는 지난여름 광화문 앞에서 시민들을 가로막았던 명박산성을 연상케 하는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경찰차들이 주민센터 앞을 둘러싸고 입구의 반 정도를 봉쇄하고 있던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경인운하를 찬성하는 지역 주민들이 반대측 주민들은 설명회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입구를 가로막고 있었다.

수도권공대위는 먼저 경인운하의 기존 문제점에 대해 다시 한 번 지적하고 이를 무시한 채 추진을 강행하는 정부를 강력하게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옛말에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라는 말이 있다. 국민 혈세를 탕진할 수 있는 재정사업은 적법한 절차를 지켜 진행하고 사회적 합의를 얻어 신중히 추진되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뭐가 그리 급한지 2조 2,500억 원의 국민혈세를 쏟아 부어 진행하는 대규모 국책사업을 뭐에 그리 쫓기는지 무대포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경인운하는 지난 십수년간 경제성, 환경성 문제로 인해 표류하던 사업이다. 이미 그 태생적 오류로 인해 백지화됐던 사업을 다시 한번 추진하고자 한다면 그에 합당한 근거를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정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의견수렴의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국민이 바보인양 여전히 얼토당토 않은 근거를 내세우며 문제가 없으니 추진하자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 사업의 경제성을 판가름하는 예비타당성 검토는 오류투성이 KDI 보고서를 내놓고 억지를 부리더니 이번에는 환경영향평가마저 축소하여 대충 시행한 것을 착공발표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제출한 것이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인천지역 주민 및 수도권공대위 회원들은 주민설명회에 참석하고자 주민센터 안으로 발길을 돌렸다. 주민설명회라면 누구나 참여할 권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인운하를 찬성하는 주민들과 경찰은 입구를 가로막고 들어가지 못하게 막았다. 처음에는 이 지역 주민이 아니면 들어갈 수 없다고 주장하더니 인천 주민이니 들어가겠다고 말하자 "주민도 주민 나름"이라며 반대하는 주민은 들어갈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경인운하를 반대하면 이 지역 주민으로서의 권리도 없다는 사실이 황당할 뿐이다.


입구를 가로막은 사람들은 수도권공대위 회원들에게 반말과 폭언으로 일관했다. 자신을 경인운하추진협의회 관계자라고 밝힌 모씨는 수도권공대위 여성회원들에게 "집에 가서 애나 봐, 젖이나 먹여" 등의 성희롱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정부가 지난 십수년간 장밋빛 청사진으로 지역 주민들을 현혹하며 개발환상을 심어 놓은 결과가 오늘과 같은 반대에 대한 맹목적 적대라는 사실이 씁쓸할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더욱 기가 막혔던 것은 경찰 및 관계자들의 태도였다. 찬반 주민 간에 극렬한 대치가 벌어짐에도 불구하고 이를 중재하거나 사태를 해결하려는 의지는 전혀 보이지 않은 채 찬성 측 주민 뒤에서 뒷짐 지고 구경만 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립을 지키며 건전하게 토론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줘야 할 경찰들이 오히려 이를 가로막는 것은 전형적인 공권력 오남용이다.


이러한 와중에 안에서는 몇몇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주민설명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곳곳에 제복을 입은 경찰이 자리를 채우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막상 이 지역 주민은 참석할 수 없어도 경찰들이 자리를 채우고 앉아 있는 건 괜찮은가 보다.


몇몇 계양구 주민들은 "경인운하 건설과 관련된 계양구지역에 대한 개발계획은 아직 따로 마련된 것이 없다"면서 대책마련을 요구했지만 수자원공사 측에서는 그에 대한 "계획을 마련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그야말로 황당한 답변을 내놓았다. 여기서도 알 수 있듯 경인운하는 과연 제대로 된 계획을 가지고 진행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사업이다. 정부가 주장하는 대로 홍수를 예방하고, 편익을 창출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면 왜 반대하는 주민들의 이야기에 떳떳하게 그건 아니다라고 대답하지 못하는가? 듣기 좋은 이야기에만 귀 기울이며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졸속으로 진행하면 지금 당장은 어떻게든 뜻대로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이 벌려놓은 일에 대한 엄청난 뒷감당은 우리 모두의 책임으로 돌아오는 것은 너무나 불공평하다. 이제라도 한번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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